박채운
“이건 방이 아니라 돼지우리다, 돼지우리!”
일요일 아침, 이불 속에서 꼼지락꼼지락 늑장을 부릴 때면 어김없이 요란한 청소기 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핑계일지 몰라도, 바쁘게 한 주를 지내다 보면 금세 방이 어질러진다. 책상에 널브러진 두꺼운 전공 책부터 대충 던져놓은 외투, 먹다 남은 과자까지…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어 방 청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상과 책꽂이를 말끔히 정리하고 옷들도 단정히 걸었다. 구석구석 먼지를 닦고 나니 꽤 깔끔해 보였다. 그런데 기껏 청소를 해도 정돈된 상태가 며칠 안 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루는 어떤 원룸 사진을 보았다. 예쁘기도 했지만 효율적으로 가구를 배치하고 정리 정돈을 잘한 덕분인지 공간이 넉넉해 보였다. 나도 이렇게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침대를 창가 쪽으로 둬야 공간이 여유로워지겠지? 간이 옷장은 버리는 게 낫겠다.’
머릿속으로 전체적인 구상을 하며 계획을 세웠다. 깨끗해질 방을 상상하니 괜히 설레어 히죽히죽 입꼬리가 올라갔다. 대대적인 가구 이동과 청소를 앞두고 공간 활용에 관한 자료를 찾던 중 어느 정리 전문가의 조언이 마음에 확 꽂혔다.
“나중에 쓸 것 같아 방치했던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세요.”
내 방을 둘러보았다. 사용하자니 내키지 않고 버리자니 아까워 방치했던 물건들이 수두룩했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모아둔 중·고등학교 참고서, 입지 않고 걸어만 둔 옷 등이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방을 청소해도 그때뿐이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을 과감히 정리하는 동안,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리고서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했던 이유를 찾은 듯했다. 버리지 못한 욕심과 교만, 고집, 자존심이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절기와 계명을 지키는 자녀를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하셨다. 하나님의 귀한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는 아름답고 정결한 성전이 되어 영원히 하나님을 내 안에 모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