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헌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다.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식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큰맘 먹고 만든 음식이 무참히 실패한 이후 요리와는 담을 쌓고 지냈기 때문이다. 한참을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웠다. 어머니가 가끔 밑반찬이나 식재료를 냉장고에 채워두고 가셨지만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결국 상해서 버릴 때마다 어머니에게 너무나 죄송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해선 안 되겠다 싶어 가장 쉬워 보이는 음식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간단한 음식인데도 재료를 씻어 데치거나 볶고, 육수를 낸 후 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도통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시도한 횟수만큼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많아졌다. 땀 흘려 식사를 준비하고 제법 그럴듯한 국과 반찬을 뜨면서 어머니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정성 들여 차린 음식을 아들이 잘 먹는지 자식 입만 바라보시던 어머니. 어떻게 요리하면 더 잘 먹을지 끼니마다 고민하셨으리라.
하늘 어머니의 희생을 깨닫는 과정도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어머니께서 가시는 길을 따라 걸어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자녀들에게 영의 양식을 든든히 먹이시려 노심초사하시는 그 깊고 깊은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