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꽃나무 한 그루를 샀더니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치커리 씨앗 한 봉을 같이 주셨다. 마침 집에 빈 화분이 있어 씨를 뿌려 창가 쪽에 두고는 잊고 지냈다.
일주일 뒤, 화분이 있는 쪽 창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치커리가 못해도 손가락 두 마디 이상은 자라 있었다. 문득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장 7절)
자신이 한 행위대로 결과를 얻는다는 말씀이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게 다가왔다. 결실을 ‘거두리라’ 한 말씀에는 ‘심든지’가 전제된다. 한 해를 시작하며 나름의 복음의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어떤 일은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안 될 거라는 생각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물도 주지 않고 돌보지도 않았는데 단지 심었다는 것만으로 풍성히 자란 치커리를 보며 용기가 생겼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 하지 말자.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시작하면 어떤 결실이라도 맺히리라. 시작조차 하지 않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