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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엄마가 내게 유일하게 허락한 것

2020.09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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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저희 세 자매를 홀로 키워냈습니다. 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던 엄마는 혹여 딸들이 부족함을 느낄세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주려 애썼습니다. 냉장고에 음식이 충분히 있는지, 겉옷은 잊지 않고 챙겼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산책 같은 간단한 운동까지도 함께했습니다. 막내인 저는 유독 엄마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이기적으로 변했고, 엄마와 거리가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딸과의 관계가 무너져 엄마가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때는 엄마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 잊을 만하면 철없던 시절이 떠올라 제 마음을 쿡쿡 찔러댔습니다. 진리를 영접하고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엄마를 향한 마음이 더 애틋해졌습니다. 지금이라도 엄마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어 엄마 집에 갈 때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거들었습니다. 엄마는 제 행동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뭐라도 하려 하면 극구 말렸습니다. 최근 엄마 집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를 도울 일이 없나 집 안을 빠르게 훑어봤습니다.

    ‘청소기 돌리고, 접시도 닦고…. 벽도 청소하면 되겠다.’

    그때 아이디어가 번뜻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릴 때처럼 엄마의 발을 안마해주면 어떨까 하고요. 고단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손톱도 매니큐어로 예쁘게 칠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엄마는 제가 아무것도 못 하게 했습니다. 엄마가 제게 유일하게 허락해준 것은, 당신의 헌신을 받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것이 엄마의 큰 기쁨이라면서요. 저와 남편, 아이를 위해 정성 들여 요리를 준비하고, 따뜻한 커피를 건네고, 미리 사놓은 식료품까지 챙겨주고, 모든 초점이 저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엄마 집을 나서며 잠시 슬픔에 잠겼습니다. 자식들을 키우느라 젊은 시절을 포기하며 어떤 어려움도 악착같이 견뎌냈을 엄마의 삶이 떠올라서였습니다.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요.

    엄마가 챙겨준 사랑을 한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사랑이 생각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 순간도 하늘 어머니를 알게 된 후였습니다. 하늘의 모든 영광을 버리시고 자녀들 곁에 함께해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으며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는지요.

    하늘 어머니께서는 제가 지금보다 더 사랑이 많은 딸이 될 기회를 허락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한없이 그리워하시는, 어디에선가 헤매는 형제자매를 찾는 복음을 통해서요. 언젠가 하늘 본향에 돌아가 하늘 부모님 품에서 누릴 행복한 나날들을 꿈꾸며, 어머니의 고통의 짐을 덜어드리는 장성한 자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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