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들과 나이 터울이 제법 나는 네 살배기 딸이 있습니다. 큰아이를 기른 지 오래다 보니 요즘 딸을 키우며 육아에 대해 다시 공부하는 중입니다. 감성이 풍부한 딸은 잠이 오면 제게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하루는 늘 듣던 자장가 말고 다른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기에 ‘섬집 아기’를 불러주었습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자장가를 부르면서, 엄마를 기다리다 혼자 잠든 아기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딸이 혼자 놀면서 흥얼거리는 섬집 아기의 가사가 제가 불러주던 것과 달랐습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자세히 들어보니 가사에 갈매기가 나오고 마음이 설렌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네 살짜리가 설렌다는 걸 어떻게 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가사를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딸이 흥얼거렸던 내용은 2절 가사였다는 것을요. 가르쳐주지도 않은 걸 알고 있는 게 신기해서 섬집 아기 노래 영상을 보여주며 딸에게 어떻게 가사를 다 아는지 물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불러줬어요. 근데… 저 엄마는 왜 모래밭을 뛰어가요?”
영상을 보던 딸이 굴바구니를 다 채우지도 않고 모래밭을 달려가는 엄마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집에 아기를 혼자 두고 왔으니까 걱정이 돼서 얼른 가는 거야.”
“아….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2절을 다 부른 아이가 말합니다.
“아기가 혼자 있으니까요!”
참 슬픈 자장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2절의 내용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의 모습도 애잔하지만, 아기를 혼자 두고 온 엄마의 마음이 애타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2절을 몰랐다면 이 노래를 계속 슬픈 노래로 기억했을 겁니다. 부를 때마다 마음이 아팠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엄마의 사랑이 있는 한 아기는 외롭지 않을 테니까요. 요즘은 섬집 아기를 2절까지 불러줍니다. 노래를 들으며 편안하게 잠든 딸아이를 볼 때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저를 찾아 한걸음에 달려오신 하늘 어머니십니다. 딸을 품에 안은 제가 행복한 것처럼 저를 품에 안으신 하늘 어머니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