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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엄마, 가시 좀 발라줘요

2020.07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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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가시 좀 발라줘요.”

    어릴 적, 밥상에 생선이 올라오면 항상 하는 말이었다. 젓가락질이 서툰 나에게 가시를 발라내야 하는 생선은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었다. 나름 열심히 가시를 발라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잔가시에 다시 뱉어내기 일쑤였고, 내가 생선을 너무 헤집어 놔서 다른 사람이 먹기 불편해했다.

    그럴 때면 엄마가 능숙한 솜씨로 생선 가시를 발라주셨는데, 엄마 손은 정말 신기했다. 내가 하면 다 부서지고 으스러지던 생선 살이 엄마의 손끝에서는 하나도 부서지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됐으니 말이다. 엄마가 발라주신 생선으로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도 엄마는 여전히 뼈만 남은 생선을 붙잡고 계셨다. 아직 발라낼 살이 있다고 하시며.

    타지에서 지내던 어느 날, 아침 밥상에 조기가 올라왔다.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를 보니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식사 준비로 항상 제일 나중에 밥상 앞에 앉으셨던 엄마. 아이들이 많아서 식사 준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가시를 발라낸 생선 살을 일일이 밥 위에 얹어주느라 당신 식사는 안중에도 없으셨다. 어디 생선뿐이랴. 돌아보면 하나에서 열까지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서툴고, 받는 것에만 익숙한 자녀들을 엄마는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으셨다. 그저 “예쁘다, 잘 먹어주니 고맙다”라고만 하실 뿐.

    이제는 ‘엄마’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희생과 고난이 아닌 웃음과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늘 받기만 하던 나부터 달라져야겠지. 엄마가 나로 인해 환하게 웃으실 그날을 소망하며 감사의 말이라도 건네는 아들이 되어야겠다. 엄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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