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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들의 향기

축복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

2025.1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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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고향은 필리핀 비사야 제도의 네그로스 섬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정글과 산이 많은, 복잡하지 않고 조용한 지역이죠. 지금 살고 있는 메트로마닐라의 파라냐케에서 고향까지 가려면 버스와 배를 타고 이틀은 걸립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향을 떠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야 했고 혼자 지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의지할 곳도, 위로하고 조언해 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느라 바빴고 가끔 쉬는 날에는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며 외로움과 피로를 달랬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시온 식구들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하루는 거리에서 무더위와 뙤약볕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전도하는 하나님의 교회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어려서부터 마을에 하나뿐인 교회에 다니며 청년 리더 역할을 했었고 파라냐케에 온 뒤로 다닐 만한 교회를 찾았던 터라 내심 반가웠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것을 우선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를 전도한 분들 중 한 명은 한국인이었는데, 한국 사람이 성경 말씀을 전한다는 사실보다 성경에 어머니 하나님의 존재가 기록되어 있다는 데 더 놀랐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새 언약의 법을 지켜야 구원받는다는 성경의 가르침 또한 충격에 가까운 깨달음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말씀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전에는 단지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배웠을 뿐입니다. 그래서 구원받기 위해 어떤 믿음을 갖고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행해야 하는지, 하나님의 자녀라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하나님을 잘 알고 바르게 따르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은 하나님의 교회에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나를 찾아 구원하시려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이 땅까지 오셨구나.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었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발붙인 곳에서 진정으로 축복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치에 딱딱 맞는 진리만큼 좋은 것은 시온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었습니다. 식구들은 제가 시온에 올 때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며 따뜻하게 인사해 주었습니다. 선교사님 또한 권위적이지 않고 항상 사려 깊게 말씀을 알려줄 뿐 아니라 제 고민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자주 시온에 가면서, 타인을 향한 그런 관심과 배려가 일시적이거나 의례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랑과 이타심이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도요.

    영의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있고 행복이 있는 시온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보고픈 가족들에게도, 길을 오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도 함께 축복을 받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여섯 남매에게 영상통화로 성경 말씀을 알려주고, 시온 식구들이 전도할 때는 저도 따라나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야간에 일하는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시간 여유도 줄어들었지만 간절함만 있다면 전도할 기회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많은 식구들이 야간 근무를 하면서 낮에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복음 일선에서 열심 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본을 따라 진리를 전하는 데 헌신하는 멋진 복음 일꾼이 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막상 그렇게 해보니 힘에 부쳤지만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머나먼 필리핀에 있는 제가 진리를 영접하기까지, 동방 땅끝 나라에 오신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과 인내를 헤아려보면 제가 견디는 피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잃어버린 한 영혼을 찾아 살리는 일 외에는 아버지 어머니께 달리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샘솟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막냇동생이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했고, 전도 중에 만난 대학생 형제님도 새 생명으로 거듭난 뒤 열심히 믿음을 키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온 단기선교단과 함께 전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영어가 서툰 식구도 있었는데, 무더위 속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에 옷이 젖는지도 모른 채 한 말씀이라도 더 전하려 애쓰는 모습은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복음을 전하는 식구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었고, 함께 열매를 맺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눈에 보이는 환경이나 장애물은 결코 하나님의 역사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값진 경험을 발판 삼아 저도 첫 번째 단기선교를 떠나려고 준비 중입니다. 아직 시온이 세워지지 않은 또 다른 섬으로 가는 전도 여행입니다. 벌써부터 설렙니다. 그 지역은 물론, 제 고향에도 하루빨리 시온이 세워지길 기도합니다. 고향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시온은 버스로 7시간이 걸립니다. 저희 마을에 어떻게 복음이 전해질지, 시온은 언제 생길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득해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미루지 않고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전도하려 합니다. 누구를 만나든 명확하고 담대하게 진리를 증거할 수 있도록 매일 말씀을 상고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당신의 생명보다 저를 더 아끼셔서 이 땅까지 오신 아버지 어머니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며 구원의 축복을 나누는, 가슴 뛰는 삶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필리핀의 모든 식구들은 필리핀 전역에 1천 개의 시온이 세워지길 염원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저도 아버지 어머니의 발자취를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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