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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란트 이야기

이해를 바탕으로 맺는 사랑의 열매

2025.1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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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전, 제 친정이 기독교 집안이라는 걸 알게 된 시어머니는 교회는 안 된다고 제게 못을 박았습니다. 시집에는 오래도록 믿어온 종교가 따로 있던 터였습니다. 마침 교회에 다니는 것에 회의가 들었던 저는 큰 문제가 아니라 여기고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꽤 시간이 흐른 뒤 하나님의 교회에서 진리를 접하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안식일, 어머니 하나님 등 처음 듣는 모든 내용이 성경에 정확히 증거된 것을 보고, 내가 하나님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더군요. 하나님이 확실히 계시고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이 구원받는 길이라면 응당 그 길을 따라야 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하나님을 올바로 알고 섬기리라 다짐하며 바로 하나님의 교회 성도가 되었습니다.

    다만 시어머니의 당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확실한 진리를 부인할 수 없으니 앞으로 믿음을 어떻게 지켜갈지 고민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어서 하나님께 축복을 받고 신앙의 동반자가 되길 바랐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가끔 교회에 가겠다고 하면 크게 반대하지 않기도 했고, 저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그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편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23년입니다. 뿌리 깊은 유교 문화와 기존 신앙을 고수하는 시집, 생소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정. 양가 어디서도 복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늘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남편만큼은 꼭 함께 구원받았으면 해서 틈틈이 교회 소식을 전하고, 시온 행사에 초대했지만 단 한 번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어른을 모시고 살며 며느리로서 최선을 다하고 살림에 보탬이 되려고 이래저래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남편은 하나뿐인 아내의 진심을 이렇게 몰라주나 싶어 못내 서운했습니다. 마음에는 남편의 구원을 바라는 간절함과 섭섭함이 늘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했습니다.

    몇 해 전 대속죄일 기도주간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가족에 대한 기도를 올리다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지금껏 남편을 위한다고 했지만 실상 저를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고, 제 뜻을 무조건 따라주길 원하며 남편을 대했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시온에서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집에서는 그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그러면서 내 마음만 알아주길 바랐던 것이 미안했습니다. 세월만 보냈을 뿐, 여전히 영적으로 철들지 못한 채 근심을 끼쳐드려 하나님께도 죄송했습니다.

    서운함을 그날로 털어버리고 나부터 달라지겠다고 다짐했을 무렵,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절대 성경 말씀을 듣지 않던 남편이, 제가 시온 식구와 영상통화로 진리 발표를 하는 걸 듣고 자신에게도 해보라며 마음을 연 것입니다. 며칠간 묵묵하지만 꾸준히 말씀을 듣는 남편에게, 같이 구원의 약속을 받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지금 당장은 안 되고 다음 주에 교회에 가겠다면서 그간 묵혀둔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놀랍게도, 오래전부터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고집이라 생각했던 건 남편의 책임감이었습니다. 미션스쿨을 나온 남편은 내색하지는 않아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갖고 있었고, 가족들과 시온에 가면 가정이 화목해질 것도 알았지만, 2대 독자로서 집안 대소사를 돌보고 부모님을 모시는 등 수행해야 할 일이 많기에 선뜻 따라나서기가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 짐을 내려놓을 때를 기다렸다가 결국에는 자신도 신앙을 갖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나 봅니다.

    그제야 남편이 겉으로는 완강하게 대하면서도 시온 행사에 다 같이 먹을 간식을 보내주고, 시온 식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목회자가 꿈이라는 큰아들을 응원해 줬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섭섭해하기만 했으니…. 그 오랜 시간 왜 제게만 집중하고 남편의 진심을 들여다볼 생각을 못했는지 다시금 제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했습니다.

    약속대로 남편은 마음의 정리를 마치고 그다음 주에 하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성경과 새노래를 준비하며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워보겠다던 남편은 정말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습니다. 급한 성격, 큰 목소리, 거친 말투를 고치겠다고 다짐하더니 친지들이 놀랄 정도로 부드러워졌습니다. 첫 예배를 드리고 다음 날 새벽에는 잠결에 무슨 소리가 나서 깼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이 거실에서 혼자 성경을 읽고 있었거든요. 쑥스러운지, 잠이 안 와서 읽는다고 했지만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천사세계에서 온 손님들》 책자를 읽고는 영혼 세계에 관한 말씀이 감명 깊다는 깨달음을 전해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꾸준히 성경을 공부하고 규례를 지키며 믿음을 쌓은 남편은 요즘 새노래 가사에서 하늘 아버지 어머니 사랑이 느껴져 울컥한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진리 발표를 연습하고, 시온에서는 주차 봉사 같은 복받을 일을 찾아다닙니다. 친지와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쁨도 만끽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온을 건축하는 데 힘을 보태러 간 식구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고는 기회가 되면 본인도 동참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진리 안에서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면 진작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큽니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 침례 받기 전에도 영의 이치에 관해 물어봐서 제가 진리책자를 읽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긴 대화로 이어지지 않아 말씀에 이렇게 관심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가장으로서 가진 걱정들이 있지 않을까 예상은 했지만 제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남편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힘든 일을 이야기해도 위로하고 보듬어주기보다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이었지요. 지난 실수를 바로잡는다는 생각으로 이제는 먼저 남편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러니 집안 분위기도, 저희 사이도 더 좋아졌습니다.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오랜 소망의 결실에,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사랑을 더해주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한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그 이치는 비단 가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직 주변에 미처 돌아보지 못한 영혼들이 상처받고 있지는 않은지, 외로워하지는 않는지 먼저 다가가 관심을 갖고 어머니 사랑을 실천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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