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운
오늘은, 하늘이 눈부시게 맑다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와 땅을 감싸고
구름은 은하의 가루처럼 흘러간다
젖은 대지 위엔, 고요히 생명이 숨을 튼다
맑음은,
하룻밤 사이 피어난 기적이 아니다
어제는 하늘이 무너질 듯 울었고,
세상은 하늘의 눈물로 정화되었다
소란한 먼지는 씻겨 나가고
묵은 공기는 별빛이 흐를 길을 내었다
단순한 비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눈동자에서 흘러나온,
우주의 심연을 닮은 희생의 빗줄기
씨앗은 어둠 속에서 꿈을 꾼다
밤하늘 아래 묻힌 생명들은
은하의 심장을 타고 자라난다
비가 내려야, 생명들은
하늘을 향해 숨을 틔우고
뿌리는 별빛의 잔해 속에서 자란다
오늘의 고요를 위해
어머니는, 그 눈물은
별 하나, 별 하나를 태워
이른 새벽,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하여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고
은하수는 오래된 기도들이 흐르는 강이 되었다
맑은 날, 대롱대롱 매달린 이슬은
어젯밤 어머니께서 남기신 별물의 잔향일까
새벽을 밝히는 먼 별 하나,
어머니께서 매일같이 꿰매시던
기도의 한 땀일까
우리 앞에 다가올 맑은 하루를 위하여
어머니는 또다시 눈을 감고
우주보다 깊은 빛 한 점을 눈동자에 고이 띄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