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빠와 결혼했을 때 막내 고모는 열입곱 살쯤이었습니다. 엄마는, 일찍 부친을 여읜 막내 고모를 안쓰럽게 여겨 친동생처럼 아끼면서 좋은 것이 있으면 늘 베풀고 챙겼습니다.
엄마가 조금 늦은 나이에 큰언니를 낳고, 얼마 뒤 큰오빠가 생겼습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집안일까지 돌봐야 했던 엄마를 대신해 막내 고모가 큰언니에게 미음이나 생선 알 등을 으깨서 먹여주었습니다. 작고 여린 큰언니를 막내 고모가 업어주기도 하고 살뜰히 돌보았다지요. 큰언니가 자라서 일찍 취직해 타지로 갈 때, 부모님은 물론이고 막내 고모가 참 많이 슬퍼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막내 고모가 결혼하고, 큰언니도 가정을 이뤄 막내 고모가 사는 도시로 이사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엄마는 점점 연로해지고 힘이 없어지셨지요. 엄마가 병환으로 고생하는 동안 막내 고모는 자주 병문안을 왔습니다. 본인 역시 나이가 들어 다리며 허리며 통증으로 고생하는데도요. 수십 년 전 막내 고모를 친동생처럼 돌봐준 엄마에게 이번에는 막내 고모가 맛있는 것을 입에 넣어주며 살폈습니다. 애틋함이 몸에 새겨졌는지, 엄마는 대부분의 자식들을 깜박깜박 잊어갈 때도 막내 고모는 금방 기억해 냈습니다.
한편 막내 고모가 미음을 먹여 키운 큰언니는 이제 근처에 사는 막내 고모를 챙깁니다. 좋은 곳에 모시고 가서 식사도 대접하고, 가끔은 같이 바람을 쐬러 가고요.
먹을 것이 부족하고 어려웠던 시절, 20대 초반의 엄마는 어쩌면 무뚝뚝한 남편보다 시누이를 더 친구처럼 생각하며 정을 주고받았던 것 같습니다. 동생이 빨리 태어나 엄마의 손길이 덜 미쳤던 큰언니는 막내 고모와 웃음을 나누며 자라왔을 테고요.
그렇게 엄마와 막내 고모는 친구가 되었고, 막내 고모와 큰언니도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 따스한 기억들을 간직해 온 세 사람을 보노라면, 사랑은 어딘가에 고여 있지 않고 필요한 곳을 향해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