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를 앞두고, 군대에서 믿음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종교 활동이 보장된다고는 하지만, 육체적 한계나 제약이 따르는 여건을 핑계로 제가 나태해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시온 가족이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 붙잡아 주면 좋을 것 같아 마침 군 입대를 앞둔 형제님과 동반입대를 신청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제 쌍둥이 형제도 이야기를 듣더니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다른 형제님과 동반입대를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입대 전부터, 군대에서도 하나님의 계명을 소중히 지키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기를 함께 기도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훈련소에 가게 된 저희 네 사람은 하나님 은혜 속에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기다렸습니다. 솔직히 쌍둥이와 군 생활 정도는 떨어져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고, 동반입대가 아닌 이상 같은 부대로 가는 경우는 자주 없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넷이 같은 대대로 배치됐다는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저희는 영육 간 가족끼리 잘 돌보라는 뜻으로 여기고 남은 군 생활에 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막상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 익숙한 얼굴이 있으니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같은 훈련을 받으며 힘든 일도 함께 겪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이해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했습니다. 군대는 모두가 24시간 같이 있는 곳이라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생활 패턴이나 언행을 꾸며낼 수 없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희가 하나님의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을 다들 알았기에, 저희 모습으로 교회를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연중에 하나님의 자녀답지 못한 말이나 행동이 드러나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도록 더 바르고 성실하게 생활하려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책임감 있게 다른 식구들까지 챙긴다는 명목으로 형제님들에게서 무언가 고칠 점을 찾아 스스럼없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잘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말에 상처받는 식구가 있었으니까요.
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더라도 형제가 상처받는다면 해서는 안 될 말이었습니다. 군대라는 환경 안에서 형제님들과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때 어느 안식일에 들은, 사랑한다면 단점보다는 장점을 봐야 한다는 교육 내용이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그제야 제가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습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든 환경에서 형제님들이 인내하고 애쓰는 부분을 바라보지 못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실수를 질책하더라도, 영의 형제라면 위로와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서로 의지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이곳에 보내주신 한 팀이니까요. 형제님들의 허물이 아닌 장점을 찾으며 존중하려 노력했습니다. 서로 더 배려하면서 영적 가족애는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저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하신 말씀을 실천하려 힘썼습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하기보다 훈련이나 작업 때 아무리 힘들어도 밝은 표정으로 부대원들의 힘을 북돋고, 점심시간이면 부대 내 지저분한 곳들을 찾아 청소하는 등 작은 행동에 담긴 힘을 믿으면서요. 꾸준히 규례를 지키고 선한 행실을 이어가며 훈련에도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는 “교회 다니는 애들은 생각하는 것부터 다른 것 같다”, “꾸준히 하는 게 대단하다”라며 칭찬했습니다. 이는 진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이 작업을 할 때나 여가시간이면 선임이나 동기들이 왜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는지, 저희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어느새 전 중대원에게 진리를 알렸습니다.
그중에는 하늘 가족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천주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는 동기는 군대에서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저희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진리 발표를 몇 번 듣다가 작년 10월, 예배를 보러 가고 싶다며 시온에 동행했습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진리를 더 살핀 동기는 어머니 하나님이 계신다는 말씀을 듣고 놀라워하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꾸준히 규례를 지킨 형제님은 새 언약 절기를 회복하신 그리스도 안상홍님을 향한 믿음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5명의 형제를 군대에서 찾았습니다.
이제 군 생활이 3분의 2 정도 지났습니다. 돌아보면 걱정한 것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이 더 많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형제님들과 마음을 모아 기도하며 진행했기에 주신 은혜라 믿습니다. 형제님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일은 더 즐거웠고, 힘든 일도 서로 의지하며 이겨냈습니다.
저희는 부대 특성상 큰 나무들을 잘라 옮기고 돌을 깨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하늘 아버지가 많이 떠오른다고 형제님들과 이야기합니다. 몸보다 훨씬 큰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을 아버지, 고된 석수 일 하시며 진리책자를 쓰신 아버지….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큰 나무를 지고 돌을 깨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을 것입니다. 또 형제님들과 시온의 향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단지 힘든 시간으로 치부했을지도 모릅니다. 시온의 향기를 나눈 덕분에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더욱 깨달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전역 후 사회에 돌아가서도 제 곁에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하늘 가족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아버지 어머니 사랑을 온 세상에 전할 ‘한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식구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바라보며 소중히 대하겠습니다. 남은 군 생활도 하나님 사랑으로 가득 채워 아버지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