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깨달음

문이 열리는 이유

2025.01870
  • 글자 크기



  • 14개월 된 딸은 집 안의 여러 버튼을 누르고 반응 보는 걸 재밌어합니다. 제 딴에는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지 전등 스위치를 눌러 거실에 불이 켜지면 해맑게 웃으며 손뼉을 칩니다. 정말 기분이 좋을 때는 “다!” 하며 자기 나름의 감탄사를 외치기도 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건 공동현관문과 집 현관문의 도어락 버튼입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아이는 제게 안겨서 공동현관문 저만치서부터 손가락을 내밀며 낑낑거리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직접 도어락을 누르겠다는 뜻입니다. 지나는 사람이 없는 경우 저희는 문 앞에 서서 아이가 먼저 비밀번호를 누르도록 해줍니다.

    아이가 내키는 대로 누른 번호로 현관문이 열릴 리가 없습니다. 연신 비밀번호를 틀리면 그제야 아이는 저를 바라보며 칭얼댑니다. 어떻게든 해달라고요. 저희는 비밀번호 4자리 중 3자리를 미리 누르고 아이의 손가락을 잡아 마지막 번호 하나를 누르도록 합니다. 그렇게 공동현관문이 열리면 아이는 두 팔을 활짝 벌려서 크게 손뼉을 치며 웃습니다.

    집 현관문 앞에 선 아이는 더욱 기대하는 표정으로 비밀번호를 누릅니다. 저희는 또 비밀번호를 모두 누르고 마지막 ‘#’ 버튼 하나를 아이가 누르도록 손가락을 잡아줍니다. 이내 집 현관문이 열리면 아이는 또 “다! 다!” 하고 외치며 즐거워합니다.

    딸아이는 아마 자신이 문을 열었다는 성취감에 그렇게 기뻐하는 것이겠지요. 만 가지 경우의 수로 열어야 하는 공동현관문과 백만 가지 경우의 수로 열어야 하는 집 현관문을, 저희 도움 없이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열 수 없었을 텐데도 마냥 뿌듯해하는 모습이 부모로서는 그저 귀엽기만 했습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우리를 보시면서 이런 마음이시지 않을까요.

    수많은 과학자나 수학자가 연구 끝에 내린 결론들을 보면 ‘확실하다’는 말보다는 불확실한 표현이 많습니다. 아무리 분명해 보여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뿐, 확언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저는 어리석게도 제 계획이 항상 확실하고 완전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고 제 뜻대로 세운 계획임에도 이뤄지지 않으면 그것대로 실망하기 바빴습니다. 어찌어찌 좋은 방향으로 일이 잘 풀리면 제 노력과 재능 덕이라 생각하고 기뻐했습니다.

    이제야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어떻게 천국 문을 열어주시는지 조금이나마 깨닫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천국 문을 두드리고 있는지도요. 모두 저보다 앞서가셔서 제 손을 잡아 이끌어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 덕분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껏 엉성한 고집을 계획이라 우기던 저를 잠잠히 지켜봐 주시고, 뜻대로 되지 않아 떼쓰며 기도드렸을 때 제 호흡 하나까지 친히 가르쳐주시며 하나님 안에 거하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의 계획으로 좋은 결실을 얻을 때 제 능력이라며 기뻐하는 철없는 모습에도 가장 좋은 것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고 감사하며 천국 문을 열고 입성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