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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향기

다정한 말이 만든 우리 부부의 봄

2026.1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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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아침 반복하는 기분 좋은 일과가 있습니다. 타지에서 일하는 남편이 출근 전에 보내놓은 문자메시지를 읽고, 응원의 답장을 보내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풍경입니다.

    우리 부부가 평온한 일상을 나누기까지는 아주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남편은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땀 흘려온 세월이 어느덧 10년을 넘었습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고단한 삶에 무뎌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좋겠다. 애들이랑 매일 같이 있어서”라고 농담인 듯 넌지시 속내를 내비쳤을 때, 남편도 외롭고 힘들겠구나 싶었습니다. 저 역시 아내이자 엄마로서 책임감을 갖고 살림이며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주말부부로 지내며 아이 둘의 사춘기를 혼자 감당해야 했을 때도 힘든 내색은 하지 않고 그저 남편이 주말마다 집에 오면 편히 쉴 수 있도록 잘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애틋한 마음과 달리 남편과 저는 안 맞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평생 무뚝뚝한 성격으로 살아온 저는 속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고, 고마운 일이 있어도 ‘말 안 해도 알겠지’ 하며 어물쩍 넘어갔습니다. 섬세한 성향의 남편은 그런 제게 서운해했습니다. 낯선 타지에서 고생하다 모처럼 집에 오면 가족에게 위로와 힘을 얻길 바랐을 텐데 아내라는 사람이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건넬 줄 모르니 그랬을 법합니다. 같이 잘 지내는 듯하다가도 순식간에 찬바람이 돌기 일쑤였지만 아이들 키우는 부부는 다들 이렇게 산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삐걱거리던 부부 사이에 변화가 찾아온 건 2년 전쯤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남편이 아침마다 정성스럽게 메시지를 적어 보내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루를 잘 보내길, 늘 건강하길 바라는 진심이 글마다 녹아 있었습니다. 거친 손으로 매일 아침 고민하며 휴대폰 자판을 눌렀을 남편에게서 저를 향한 깊은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어색하지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답장을 보내다 나중에는 이모티콘을 덧붙여 가며 정성껏 메시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시작하세요’, ‘사랑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일해요’….

    처음에는 부부 사이에 이런 말까지 해야 할까, 누가 보면 낯간지럽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몇 번이 어려웠을 뿐 계속하다 보니 못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메시지 몇 글자 적는 데 고작 1분이면 충분했고요. 그 무렵 ‘어머니 사랑의 언어’ 캠페인을 접하면서 ‘다정한 말들이 정말 가정의 화목을 부르는구나’ 하는 자신감에 더욱 열심히 표현했습니다. 말을 툭툭 뱉기만 하다가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니 스스로도 좋았습니다.

    영상 통화를 특히 좋아하는 남편은 퇴근 후에 자주 전화를 걸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줍니다. 솔직히 회사 일은 생소한 용어가 많아 거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수고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묵묵히 들어주고 “당신 최고다”, “일을 너무 잘한다”라고 칭찬했습니다. 화면 너머로 남편이 기분 좋게 웃는 게 보여 뿌듯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이 직장 동료와 지인들에게 저와 나눈 대화를 자랑했다더군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수고를 헤아리는 한마디를 건네는 일은 사실 크게 어렵지도, 수고스럽지도 않습니다. 그에 비해 상대방이 받는 감동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표현에 인색했는지…. 진작에 잘 챙겨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습니다.

    하루는 통화하던 중에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번 주에 교회 가면 되나?”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남편은 제가 진리를 영접하고 한 달 뒤에 새 생명의 축복은 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관심도, 성경 말씀을 살펴볼 여유도 없었겠지요. 그래도 하나님 안에서 함께 축복받고 싶은 제 바람은 모르지 않았던 터에, 달라진 저를 보고 마음이 열린 듯했습니다. 남편이 생애 첫 안식일과 첫 유월절을 연달아 지키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예배에 많은 은혜를 받았는지 남편은 바쁘더라도 매달 안식일을 지키기로 약속했습니다.

    어느 안식일 저녁에는 예배를 마치고 남편이 제게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 안에 고마움뿐 아니라 미안함, 애틋함… 다양한 감정이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저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상대방의 한마디와 태도 하나에 상처받던 우리 부부가 서로의 수고를 헤아리며 다정한 말을 주고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긴 세월을 돌아 드디어 진심을 마주한 느낌입니다. 돌아보면 제가 참 부족했습니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남편이 집에서 편안하게 쉬도록 제대로 돕지도 못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안식을 얻길 바란 셈이니까요. 먼저 용기 내어 사랑을 표현해 준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지금은 시온에서도 식구들에게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해서 못한다는 핑계는 더 이상 대지 않으려고요. 사랑이신 하나님의 딸이니까 타고난 점이 있다면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랑이겠지요. 집에서도, 시온에서도 친절하고 정다운 말로 사랑만 전하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그렇게 되길 기도하며 남편에게도, 형제자매에게도, 이웃에게도 따뜻한 말, 다정한 인사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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