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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소식

슬기로운 함정 생활

2026.0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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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는 나의 고향 나의 집은 배란다♬”(군가 ‘해양가’ 중)

    지난 1년 8개월간 저의 집은 배였습니다. 새집에 적응이 필요하듯 처음 배에 올랐을 때도 ‘진짜 해군이 되었다’는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습니다. 제가 탄 배는 상륙함*으로, 항해를 시작하면 길게는 3주까지 육지를 못 밟습니다. 훈련차 괌, 일본, 아랍에미리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 다녀왔지만 군 생활의 대부분은 배 안에서 살았기에 배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육상에 있는 부대에 비하면 실제 생활하는 공간이 매우 좁을 뿐 아니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을 견뎌야 했습니다.

    특히 인간관계가 어떠하냐에 따라 생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성격도 성향도 각각 다른 승조원 100명 중에는 친한 사람도 있고 서먹한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한배에 탔다는 건, 불편한 일이 생겼다고 해도 돌아서면 그 사람과 또 마주치고 함께 근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사실 저는 배려심이 깊다거나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지내다 매일 부대끼는 사람들과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며 잘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온에서 배운 하나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면서, 어려움을 겪는 동료는 없는지 주위를 돌아봤습니다. 언제나 밝게 인사하며 말투를 부드럽게 하려 신경 쓰고 맡은 직무를 빨리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침 수병들의 의견을 모으고 간부와 소통하는 대표 수병에 선출되면서 상대의 말을 경청·공감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입대 전부터 목회자의 꿈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그에 필요한 덕목을 배우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함정에서 생활하며 문득문득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새노래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나의 어머니 함께하시니 두려울 것 없습니다”(새노래 ‘어머니 사랑으로 천국에 갑니다’ 중)라는 가사를 들을 때면 물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생각에 든든했습니다. 제 앞에 주어지는 어떤 상황도, 저를 아시는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시는 영적 항로라 믿으니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이 하나님을 밀어내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시온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졌다는 이유로 말씀과 기도를 등한시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본에 충실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입대 전부터 함정에 예배드릴 공간이 없을까 봐 걱정되어 배에서도 규례를 잘 지키게 해달라고 계속 간구했습니다. 배에 오르자마자 당직사관님에게 예배에 관해 보고하니 함장님과 대화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것도 잠시, 기도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함장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함장님은 곧 규례 지킬 공간을 승인해 주셨습니다.

    바다 위, 많은 여건이 제한된 함정에서 엘로힘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꾸준히 규례를 지키는 동안 아버지 어머니께서 진리 말씀으로 저를 붙잡아 주신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간혹 어수선한 환경에서 예배드릴 때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규례를 지키는 본을 보이시고 새 언약을 전해주신 하늘 아버지가 떠올라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당직사관님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의 신앙을 소개할 수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승조원들 역시 제가 매주 예배드린다는 것과 하나님의 교회 성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개중에는 편견을 갖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선임도 있었는데, 움츠러들지 않고 제가 지키는 규례가 성경적으로 맞다는 것을 담대히 알리면서 복음의 열정이 더 샘솟았습니다. 함정이라는, 피할 곳 없는 여건이었기에 오히려 하나님을 의지하게 됐고, 불편한 상황을 막연히 벗어나려 하기보다 당당히 마주하며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경 말씀을 계속 들었던 동기와 후임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저와 함께해 주셨을 뿐 아니라 하늘 형제도 곁에 두셨다는 데 감사했습니다.

    이제 함정에서는 내렸지만, 하늘 본향을 향한 항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배운 것처럼 하나의 목적으로 한배를 탄 시온 가족들을 늘 배려하고 섬기며,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데 힘쓰는 슬기로운 자녀가 되겠습니다.



    *병력·장비를 수송해 주로 육지에 상륙시키는 임무를 맡는 함정(艦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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