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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그리며

2026.0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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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고의 훈장이 고스란히 새겨진 거친 손바닥 위에
    작은 내 이름 석 자,
    진리책자에 생명의 말씀을 새기시듯
    귀한 보배처럼 정성껏 새기시고
    온종일, 뜨거운 볕 아래서 흘린 땀이
    저녁 바람에 식기도 전에
    풀잎 끝에 이슬 되어 매달릴 때까지
    당신은, 오로지 나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삶의 무게가 내려앉은 낡은 신을 신으시고
    어깨엔 오래 묵은 짐처럼
    가슴 저린 사연 하나 이고 걸으시며
    해는 기울고 그림자는 길어져
    눈발이 당신의 발자국을 서서히 지워갈 때까지
    당신은, 오로지 나를 위해 걸으셨습니다

    모진 바람은 그 간절하심을 모르고
    지나가는 구름은 애타하심을 읽지 못한 채
    유리창 너머 풍경 보듯 무심히 흘러가도
    당신은, 꺾인 갈대처럼 휘청이면서도
    다시 뿌리로 돌아가는 물의 길을 따라
    순간의 타향살이를 접고
    영원의 하늘 본향으로 가자 하시며
    여전히 마르지 않는 손으로
    사랑이라는 언어를 내밀어 주셨습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 사신 아버지

    이제는,
    내가 아버지를 위해
    당신의 그림자 아래,
    생명의 나무 한 그루로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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