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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구름 두둥실

오랜 약속

성령시대 여호수아 25.03.3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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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이 벌초를 하러 가겠다고 이른 아침부터 채비했습니다. 물이며 간식 등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고 남편이 혼자 일하게 될 것이 안쓰러워 따라나서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따로 쉴 곳도 없고 기다릴 장소도 없다며 한사코 말렸습니다. 뒤따라 다니며 풀이라도 치우겠다는 제게 남편이 생각지 못한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당신이랑 결혼할 때 농사일은 안 시킨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순간 적잖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남편이 제게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소 표현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한 남편이 당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지금 다시 그 말을 한다는 사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저도 시골에서 자라서 농사일도 해봤고, 시댁도 시골이었지만 25년이 넘는 긴 시간을 돌아보니 정말로 결혼 후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시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농사를 거의 다 내려놓았기에 할 일이 없었다곤 해도 남편은 한 번도 밭이나 논에 저를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님이 콩을 타작할 때 자청해서 도와드린 일이 유일한 기억이었습니다.

    약속을 지켜주니 정말 감동이라고 말하자 남편은 뭐 그런 걸로 감동을 받느냐며 쑥스러워했습니다. 사랑은 표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마음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하루를 이렇게나 설레고 행복하게 하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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