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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눈꽃송이

전복 살려두기

성령시대 여호수아 25.02.26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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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을 앞둔 시점, 남편은 타지에 나가 있는 아들들이 며칠쯤 올 거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내심 기다려지고 설레며 무엇을 같이 먹을까, 어디를 같이 가볼까 생각했습니다.

    그 즈음 전복이 추석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저희는 한마음으로 아이들이 오면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늦은 저녁쯤 남편이 갑자기 전복을 삶아서 먹자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주기로 하지 않았냐고 물어도 그냥 먹자기에, 그날 전복을 삶아 먹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지 못한 아쉬움을 두고서요.

    며칠 뒤 또 전복 선물을 받았습니다. 싱싱하게 두려고 냉장고에 바로 넣었습니다. 퇴근한 남편이 선물을 보자며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물이 빵빵하게 들어 있는 전복 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구멍이 났습니다. 물이 새는 봉지를 바라보던 남편은 무언가 결심한 듯 김치 통을 가져와 봉지를 담고 입구를 뜯어두었습니다. 왜 뚜껑도 닫지 않고 두는 건지 물으니 남편은 이렇게 해야 전복이 살아 있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저번 전복은 뜯지 않고 봉지째 두어서 전복이 죽어 있었다면서요. 그러고 보니 왜 저번에 아이들 주려던 전복을 먹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들들에게 더 싱싱한 전복을 먹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남편의 행동을 보며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것일지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자녀들에게 늘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하늘 아버지 마음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았습니다. 자녀들에게 생명의 좋은 양식을 먹이시려 이른 새벽부터 먼 길 떠나 산골까지 가셨던 아버지. 아버지께서 본보여 주신 대로 생명의 말씀을 많은 영혼에게 정성으로 먹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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