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사춘기 정점을 달릴 때 난 마음도 몸도 지쳐 있었다. 사춘기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면서 끝까지 사랑으로 잘 이겨내 보리라 다짐했건만 사춘기는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번번이 나를 좌절시키며 내가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험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울고 나면 꼭 사진첩을 꺼내봤다. 갓 태어났을 때, 유치원 때, 초등학생 때의 사랑스런 아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때를 추억했다. 즐겁고 사랑스럽던 기억을 떠올리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웃음을 주던 아이였기에 수없이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수없이 엇나간 행동을 해도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내 기억 속의 사랑스런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어느새 아들은 사춘기를 잘 이겨내고 밝은 얼굴로 내 곁에 있다.
하늘 어머니 기억 속에 난 어떤 딸이었을까? 얼마나 사랑하셨기에 하늘에서의 엄청난 죄도 다 용서해 주시고, 이 땅에서도 죄짓지 말라는 어머니의 당부에도 수없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 주실까. 환하게 웃어주시며 조금만 더 힘내자고 용기를 북돋아 주실까.
눈물의 기도를 드리시며 어머니께서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실 것이다. 하늘에서 자녀들과 함께 행복했던 그 시절, 어머니의 눈물이 아닌 웃음이 된 자녀들과 손잡고 영원한 천국에 돌아갈 그날을 간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