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었는지 딸아이가 눈오리를 만드는 집게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문구점이 문을 닫았을지 모르니 다음에 사자고 했지만 새벽에 눈이 와서 아침에 다 녹아버리면 어떡하냐며 통 사정을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급하게 문구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문 닫기 전이라 아이가 원하는 대로 눈오리 집게를 샀지만 눈이 오지 않아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집 한구석에 고이 놓아두었습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잠들기 전 딸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안전안내문자 봤죠?”
무슨 문자가 왔었는지 기억을 더듬는데 딸아이가 말을 이었습니다.
“오늘 밤에 눈이 많이 온대요. 새벽에 눈오리 집게 들고 옥상으로 올라갈 거예요.”
행복한 얼굴로 잠이 든 아이의 모습에 저도 덩달아 설렜습니다. 제가 사는 순천은 날씨가 따뜻해 눈이 쌓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아이를 따라 저도 눈이 펑펑 오길 바랐습니다.
눈을 기다리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를 데리러 오겠다 약속하신 아버지를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는지, 얼마나 설레며 행복해했는지 저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아버지를 기쁘게 영접할 수 있도록 이제는 등과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하루속히 아버지 뵙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설렘을 가득 품고 오늘도 행복한 잠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