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쨍쨍한 여름 날, 제가 일하는 가게에 어머니와 딸이 들어왔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은 언뜻 보기에도 연세가 많아보였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며 한숨을 푹 쉬기에 “어르신, 많이 더우시죠?”라고 물었더니 “그러게요. 저녁에는 괜찮더니 낮에는 덥네요”라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식혔습니다. 그새 매장 한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따님의 얼굴에는 아픈 기색이 비쳤습니다. 어르신을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양산을 펴 딸 쪽으로 씌워주었습니다. 정작 당신은 쨍쨍한 햇볕을 다 받으면서요. 둘이 쓰기에는 턱없이 작은 양산의 그늘을 아픈 딸에게 내어주는 뒷모습을 보다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어머니에게 자녀는 장성해도 영원히 자녀일 뿐이구나 싶었습니다.
육의 어머니 사랑도 이럴진대 사랑의 실체이신 하늘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클까요. 인생들은 상상도 못 할 사랑으로 매서운 세상살이에 지친 자녀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시는 하늘 어머니께 감사드렸습니다.
(후일담)
며칠 뒤, 사장님이 손님이 남긴 가게 리뷰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어르신의 따님이 작성한 글이었는데 자신의 어머니를 살갑게 대하는 저를 보고 칭찬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배운 대로 행한 작은 친절이 칭찬이 되어 돌아왔네요.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그늘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