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밤 줄게. 밤 좀 가져가.”
엄마는 외갓집에 갔다가 햇밤을 받아 차에 한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가을이면 밤은 단연 최고의 인기 간식이다. 실하게 익은 밤을 포슬포슬하게 삶으면 그 맛이 꿀맛이긴 한데, 밤 껍질 까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매년 밤을 가져가라는 엄마의 말에 “다음에 엄마 집 가면 먹을게” 하며 받기를 거부했다.
통화 후 며칠 안 되어 엄마 집에 들렀다. 그런데 웬걸, 엄마는 내가 오길 별렀다는 듯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수북이 쌓여있는 밤 꾸러미부터 보여주셨다. 껍질 까는 게 귀찮아 좋아하는 밤을 안 먹겠다고 한 딸의 말이 영 신경 쓰이셨나 보다.
예쁘게 깎인 토실토실한 밤톨 하나를 집어 먹고, 엄마의 사랑이 참 달다 느낀 가을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