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고 소심한 나는 대학 졸업 후 아빠의 권유에 못 이겨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 늘 운전은 배워두면 좋다던 아빠는 나의 결정을 기뻐하셨다. 얼마나 기뻤으면 응원하겠다며 다 큰 딸의 시험장까지 따라오셨을까. 아빠의 응원에 힘입어 가뿐히 기능 시험을 통과했다. 도로 주행 시험은 아빠 없이 혼자 갔다. 실제 도로에서 달리니 심하게 긴장돼 결국 시험에서 떨어졌다. 집에 돌아와 시무룩해 있는 나에게 아빠는 다음 시험이 언제냐고 물었다. 두 번째 시험에 도전하는 날 아빠는 휴가를 내고 시험장에 와주었고, 그 덕분인지 도로 주행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후 그토록 바라던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뿐,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을 마치고 녹초가 돼 집에 들어올 때면 먼저 퇴근하고 집에 온 엄마가 맛있는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나를 기다리셨다. 엄마도 일하고 돌아와 피곤할 텐데 늘 밝고 활기차게 맞아주셨다.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쏟아내면, 엄마는 딸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며 막 걸음을 땐 사회초년생이 주저앉을세라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다.
돌아보면 내 생애 처음이었던 순간에는 늘 부모님이 계셨다. 세상에 태어나던 날, 첫걸음마를 떼던 날, 처음으로 “엄마, 아빠” 소리 내어 불러본 날, 고열에 시달렸던 날, 처음 자전거를 타던 날, 처음 학교 입학하던 날, 처음 친구와 다툰 날, 수능 시험 치르던 날… 기억나지 않는 순간부터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울 때 내 곁에는 부모님이 함께하셨다.
스스로의 힘으로 큰 줄로 착각했는데 나를 어엿한 사람으로 키워내고자 때로는 따끔한 훈육으로, 때로는 사랑으로 기도하며 인내로 기다려 주신 부모님.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당신의 지극하신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