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오솔길을 걷다 보면 저 멀리 왜소한 할머니가 보인다. 구불구불 파마머리로 날 반긴다. 엄마다. 세상 착한 얼굴로 함박웃음 짓는 얼굴이 꼭 하회탈 같다.
구부러진 등으로, 손에 포대 자루를 든 채 어디론가 올라간다. 들깨 냄새가 그득한 가파른 깨나무밭을 지나면 언덕배기 고구마밭이 나온다. 자식들 주려고 그 자그만 체구로 저 큰 고구마들을 다 캐놓았다. 언덕배기를 오르내리며 물 주고, 산짐승을 쫓아내며 귀하게 키운 고구마들.
‘저걸 혼자 낑낑대며 옮겨놨겠지. 저렇게 힘들게 마련한 것들이었구나.’
매년 한 상자씩 받아 온 고구마를 다 먹지도 못하고 썩히거나 싹이 돋아 절반을 버린 적도 있었다. 명절에 갈 때마다 바리바리 싸주시기에 귀한 것인 줄 몰랐다. 너무 죄송했고 자녀를 위해 고생만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엄마를 홀로 두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 엄마는 나를 배웅하러 나왔다. 당신의 눈에서 내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엄마는 그곳에 서 계셨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엄마를 위해 기도드린다.
‘엄마, 아픔도 고통도 없는 천국에 우리 꼭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