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다. 건강한 게 어떤 느낌인지 모를 만큼 내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아픔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보다 더 아파하는 얼굴로 함께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엄마다. 정신을 잃었던 어느 새벽, 억수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에도 엄마는 나와 함께였다.
처음 수술받던 날,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는 엄마에게 “갔다 올게, 안녕!” 하고 씩씩하게 손을 흔들었지만 수술실 문이 닫히고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바들바들 떨었다. 의료진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손잡아 주고 다독여 주어도 진정되지 않았다.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깰 무렵, 엄마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옆에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 엄마 덕분에 힘이 났고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 엄마가 많이 편찮으시다. 여러 번의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으시며 병마와 싸우는 엄마의 모습이 애처롭다. 나의 만병통치약이었던 엄마가 한없이 약해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조금만 아파도 울고불고 하며 짜증을 부리던 나와는 달리 엄마는 잔잔한 호수 같다. 이 아픔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듯….
내가 아플 때, 엄마의 위로가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엄마를 위로해 드리고 싶다. 어떤 순간에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언제까지나 엄마와 함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