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다음 날인 안식일까지 이어졌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옷이 젖을까 봐 시온까지 차로 이동했다. 출입하는 식구들 발열 체크 등의 안내를 위해 1시간 일찍 시온에 도착했다. 여느 날처럼 후문 쪽에 주차를 하려다 출입문에서 가까운 정문 쪽에 주차하고 교회로 들어갔다. 우산도 정문 입구에 꽂아두었다.
예배가 끝난 후 평상시처럼 후문으로 나갔다. 그런데 우산이 보이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비가 와서 분명히 쓰고 왔는데….’
우산꽂이에 남아 있는 우산을 이리저리 찾아봐도 내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다가 누군가 자기 우산과 비슷해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갔나 보다 생각하고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정문 쪽에 주차한 것이 번뜩 떠올랐다. 우산 둔 곳에 이어 주차한 장소까지 잊었다는 것이 당황스러운 한편,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습관에 또 한 번 놀랐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전에 갔던 곳, 이전에 행했던 방식대로 움직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습관이 참 무섭다.
믿음 안에서도 좋은 습관을 많이 들여야겠다. 기도하는 습관, 말씀과 가까이하는 습관, 식구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습관, 형제자매의 좋은 점만 바라보는 습관, 늘 웃는 습관, 전도하는 습관 등….
행여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힘든 일로 괴로워하는 순간에도 몸에 밴 좋은 습관이 나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