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일정 중에 한라산 등반도 있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우리는 아이젠을 착용한 후 등반을 시작했다. 가파른 코스에서 친구들이 하나 둘 넘어졌다. 덜컥 겁이 났다. 나도 미끄러질까봐 다리에 힘을 주고 조심조심 걸었다. 높이 오를수록 숨이 턱턱 막혔다. 산 중턱에 이르자 선생님이 정상에 오르고 싶은 사람만 가라고 하셨다. 정상까지는 급경사였다. 나는 고민 끝에 정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때 백록담을 보지 못해 두고두고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를 기대해도 되고 오르지 않는다 해도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천국이다. 천국을 목표로 내대딘 믿음의 발걸음은 중도에 멈추면 안 된다. 가는 길이 험난해 두렵다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