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부터 내린 눈이 온 도시를 하얗게 뒤덮었다. 잠시 후 시온 식구에게 연락이 왔다. 내일 오전 시온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며 제설작업를 할 계획인데 여건이 되는 분들은 함께하자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이 휴원이어서 6살, 7살 된 두 아들을 하루 종일 돌보는 상황이라 봉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태고자 아들들과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하러 나갔다. 그런데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쌓인 눈이 한파로 밤새 얼어버린 것이다. 삽으로 얼음을 깨고 빗자루로 쓸어내기를 여러 차례, 몸도 지치고 아이들도 추운 것 같아 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이모들도 힘들게 눈 치우고 있잖아요. 우리도 같이 해요.”
“엄마, 힘들어도 이모들이랑 열심히 눈 치워서 아버지 어머니 영광 나타내요.”
아이들의 말에 감동이 밀려오고, 시온 식구들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불끈 났다. 서로 만날 수는 없어도 보이지 않는 하늘의 인연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