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살짝 오한이 느껴졌다. 추운 계절이면 한 번씩 나타나는 증상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틀 뒤쯤에는 보일러를 틀고 이불 속에 있어도 몸이 오슬오슬 떨렸다. 코로나19로 민감한 시기인데 다행히 열은 없었다. 병원 가기가 조심스러워 약을 먹으며 경과를 지켜봤다.
뜨끈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시온 식구들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며 현관 앞에 죽을 걸어두고 간 식구도 있었다. 사왔지만 직접 만들었다 생각하고 드시라는 말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다들 바쁘고 집에서 가족들 챙기기도 정신없을 텐데 아프다는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신경써주고 들여다봐주다니 너무 고마웠다.
“식기 전에,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하는 말이 생각나서 죽을 가지고 들어와 바로 한술 떠먹었다. 따듯한 온기와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식구들의 사랑 덕분인지 몸도 한결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