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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빗물

겪어보지 않고서야

순진한 열정21.01.1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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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몰 물류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드디어 ‘나도 돈을 번다’는 기대에 가슴까지 설렜다. 주문 내역을 보고 물건이 적재된 곳에서 필요한 수량만큼 상품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힘든 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지쳐갔다.

    물류 센터가 워낙 넓어서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상당한 데다 회사에서 제공해준 안전화는 딱딱해서 발바닥과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물건을 찾아서 트레이에 싣고 옮기는 작업을 오전 내내 반복했는데 일이 고돼서 그런지 같이 일하는 몇몇은 가벼운 질문에도 짜증을 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밥은 설익고 반찬은 싱거워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잠깐의 휴식 없이 곧바로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 일을 하는 내내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덥다, 발이 너무 아프다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8시간의 작업을 마치고 천근만근이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몸이 몹시 아팠다.

    내 몸이 아파보니 하늘 아버지 생각이 절로 났다. 고된 석수 일에 끼니도 거르시는 날이 많으셨다는데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셨을지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말로는 아버지의 희생을 이해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야 그 수고를 어찌 만분에 일인들 헤아릴 수 있을까. 자녀를 향하신 아버지 사랑에 그저 감사만 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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