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 실황을 TV로 시청했다. 피아노 협연에서 피아니스트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페이지터너를 눈여겨보았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옆에서 눈에 띄지 않는 무채색 계열의 옷차림을 한 페이지터너는 적절한 타이밍에 악보를 넘겨주고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연주가 끝나고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자 피아니스트가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은 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페이지터너는 주목받지 못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피아니스트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페이지터너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곡에 대한 해석은 물론 악보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연주자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연주자의 속도에 맞춰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이 연주에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역할에 대해 알고 나니 연주자와 눈빛으로 교감하며 악보를 넘기는 모습이 연주자의 멋진 연주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았다.
복음을 전하며 제가 맡은 일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자연히 맡은 일에 소홀해지면서 주변 식구들이 걱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복음 안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하나님께서 부탁하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아름다운 복음의 하모니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겠지. 모두가 복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도 깨닫게 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