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무척 길었다. 모친 집 주변이 홍수 피해를 입었는데 며칠 동안 비가 또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모친을 집으로 모시고 왔다.
모친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모친이 시장해하실까 얼른 저녁을 차려드리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TV가 꺼지고 냉장고가 멈추며 온 집 안이 컴컴해졌다. 정전이 된 것이다. 얼른 차단기를 살펴봤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손전등과 양초를 꺼내놓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타버린 전기선을 교체하고서야 빛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기 전문가인 남편 후배 말에 의하면 전선에 얽힌 거미줄이 문제였다. 거미가 여기에 거미줄을 치다가 합선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소한 거미줄 하나가 집 안 전체의 흐름을 멈추게 하다니 의외였다. 내 영혼에 얽힌 사소한 문제들이 결국 믿음의 행보를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령의 힘을 항상 받을 수 있도록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영혼에 유익하지 않은 것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제거해나가겠다. 천국 가는 걸음이 항상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