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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빗물

아프기 전까지는

그리운엄마품20.08.3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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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어릴 적부터 건강하게 자랐다. 그래서인지 누가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거나 직장에 결근한다는 말은 그저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에게 어느 순간 복통이 찾아왔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거나 신경이 곤두설 때면 어김없이 통증이 시작됐다. 일하는데 좀 불편했지만 견딜 만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 정말 심각한 복통이 일어났다. 앉아 있을 수도, 일어서 있을 수도, 심지어 누워 있을 수조차 없었다. 밥은 물론이고 억지로 삼킨 약마저도 도로 뱉어버렸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그저 아픔을 견뎌야 했다.

    아빠와 있었던 일이 머리를 스쳐갔다. 위가 좋지 않은 아빠는 종종 위경련에 시달리고는 했다. 하루는 주무시던 아빠가 새벽에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가신 적이 있다. 밤 새워 과제를 하고 있던 나도 아빠의 위경련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나가서 아빠의 상태를 한번 볼 법도 한데 나는 과제를 빨리 마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음 날 아빠가 서운함을 내색하셨다.

    “딸, 아빠가 아프면 나와서 좀 살펴줘야 되는 거 아니야?”

    그제야 아차 싶었지만 제대로 된 사과는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대화를 끝내고 말았다.

    내가 직접 아파 보니 아빠의 아픔도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아빠의 고통을 외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딸 때문에 마음까지 쓰라렸을 아빠에게 죄송했다.

    하늘 아버지께도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녀들의 구원이라는 목적 하나로 37년 동안 고통스러운 복음 길을 걸으신 우리 하늘 아버지. 아버지의 고통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감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자녀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사랑으로 참으신 아버지의 희생을 이제야 헤아려보며,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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