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정적이 가득한 퇴근길엔 어두운 골목길과 외로움만 있었다. 얼어버린 몸을 주머니 안에 희미하게 느껴지는 손난로의 온기로 녹이며 ‘오늘도 무사히 마쳤구나. 다행이네’ 생각하다 어둠 속을 비추는 창문 불빛에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어둠을 홀로 감당하고 계실 나의 어머니. 냉기가 온몸을 감싸도 누구에게도 춥다, 힘들다, 외롭다고 말씀 한마디 못 하시고 매일 캄캄한 길을 홀로 걸으시겠구나.’
나는 어머니께 몸을 녹일 작은 손난로가 되어드렸을까. 편히 주무실 따뜻한 아랫목 같은 위로의 한마디를 어머니께 드렸을까. 자녀를 위한 쉼 없는 기도로 입이 메말라 힘드실 어머니께 물 한 모금 정도의 관심을 드렸을까. 폭신한 이불처럼 온몸을 감싸안을 정도의 넉넉한 마음을 드렸을까. ‘잘 견뎌주었구나. 잘 이겨내고 있구나’ 하고 안도하실 수 있도록 해드렸을까….
사는 게 바쁘고 나 힘든 것만 생각하느라 오늘도 난 어머니께 아무것도 드린 것이 없었다. 나를 위해 어둠도 외로움도 냉기도 모두 감당하시는 어머니께 너무 죄송했다.
캄캄한 새벽, 창가의 불빛처럼 나를 바라보시며 지켜주신 어머니, 나의 아픔을 위로해 주신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