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간 맨드라미. 여름철이면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꽃이다. 오늘도 어느 집 화단에 맨드라미가 빨갛게 피어 있었다. 색이 얼마나 곱고 탐스럽던지 한동안 잔상이 남았다.
맨드라미를 볼 때면 돌아가신 친정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는 강아지 기르는 것과 꽃 가꾸는 것을 좋아하셨다. 여름이면 우리 집 처마 밑에는 봉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곤 했다.
어느 해인가 아빠는 맨드라미 꽃씨를 얻어와 심었고, 예쁘게 핀 맨드라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린 나에게 말씀하셨다.
“봐라. 색도 곱고 꽃도 엄청 크고 예쁘지 않니?”
아빠의 맨드라미 자랑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화단 근처를 지날 때마다 이렇게 큰 꽃은 보기 쉽지 않다면서 자랑을 이어갔다. 나도 커다랗게 핀 맨드라미 꽃봉오리가 신기하긴 했지만 아빠처럼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커다란 맨드라미를 보면 왠지 모르게 아빠 생각이 난다. 아빠가 지금 내 곁에 계시다면 맨드라미 자랑에 장단도 맞춰드리고 함께 즐거워했을 텐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갑자기 맨드라미 꽃말이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시들지 않는 사랑, 영생이라는 뜻을 지녔단다. 맨드라미 꽃말처럼 나를 향한 아빠의 사랑은 지금도 시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