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가고 향긋한 봄 내음이 솔솔 피어나던 어느 날, 아주 맛있는 단감을 먹었습니다. 한 입 베어 물기 전부터 달달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더니 식감도 탱글탱글 아삭아삭 최고였습니다.
‘이 씨앗을 심어 싹이 나서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으면 그 열매는 또 얼마나 달까?’
반신반의로 고무나무 화분 한쪽에 단감 씨앗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심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화분에 물을 주러 베란다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단감 씨앗에서 싹이 나 있었습니다. 구부정한 줄기에 껍질을 뒤집어쓴 모양새가 마치 중절모를 눌러쓴 어르신처럼 보였습니다. “에헴, 나는 뼈대 있는 단감 가문의 자손이오” 하고 말하는 것 같아 히죽히죽 웃음이 났습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옮기고 아침저녁 수시로 들여다보며 물을 주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싹을 보는 것이 즐거운 일과가 됐습니다.
어둠에 묻혀 내 영혼도 생명수와도 같은 어머니의 사랑에 힘입어 굳은 땅을 헤치고 생명을 움텄습니다. 진리의 빛을 가까이하며 나날이 믿음을 성장시키겠습니다. 저를 지켜보시는 어머니께 기쁨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