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더위를 잘 타는 데다 땀도 많이 흘리는 편입니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사람들이 머리 감았느냐고 물을 정도이지요. 그 때문에 여름이 되면 금방 지치고 식욕도 떨어져서 밥 대신 차갑고 달달한 수박을 즐겨 먹습니다. 이번 여름에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틀이면 없어져야 할 수박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냉장고에 있는 것입니다. 의아해하던 차에 외출하고 돌아온 엄마가 냉장고를 열어보시며 물었습니다.
"수박 먹었어?" "응! 당연히 먹었지. 엄마 근데 요즘 수박이 왜 이렇게 안 줄지?" "엄마가 너 먹으라고 계속 사다 채워놓는 거야."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수박을 들고 집으로 오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했습니다. 엄마의 사랑 덕분에 남은 더위도 잘 이겨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