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와 자주 통화합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통화할 때만큼은 말이 길어지십니다. 주 통화 내용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에도 들었던 내용이지만 저는 아버지가 마음껏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짧으면 삼십 분, 길면 두 시간을 넘기기도 합니다. 전화를 끊을 때쯤 아버지는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며 저 같은 효자가 없다고 칭찬하십니다. 친척 중 한 분은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제게 연락하는데 그때도 저는 주로 이야기를 듣기만 합니다. 제가 그럴듯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닌데 친척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 아버지는 저를 최고의 효자라고 칭찬하고 친척은 고민이 다 풀렸다고 고마워합니다. 경청의 힘, 정말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