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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매실 팩 소동

Angelitude21.08.017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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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집 근처에 매실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열매가 무르익어갈 때쯤, 아빠를 위한 선물로 매실을 활용해 마시지 팩을 만들기로 했다.

    미처 다 익지 않은 매실들을 똑똑 따서 일일이 물에 씻고 꼭지를 따낸 다음, 자른 매실은 그릇에 담고 뚜껑을 덮어 베란다에 보관했다. 내 나름대로 흉내 내본 숙성법이었다.

    다음 날, 퇴근한 아빠에게 선물이 있다며 자리에 눕히고, 매실 팩을 얼굴에 골고루 발라드렸다. 과즙이 자꾸만 아빠의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들었다.

    적어도 20분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니 아빠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얼굴이 조금 따가운데?”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아빠 해주려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든 거야.”

    아빠는 정말 20분이 지나도록 얼굴을 닦아내지 않았다. 시간을 다 채우고 깨끗이 세안한 피부를 매만지면서 한 번 더 고맙다고 했다.

    팩이 남았기에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 손등 위에 살짝 발랐다. 금세 피부가 화끈거리고 따가워서 혼났다. 아빠는 어땠을지 가슴이 철렁했고, 효도한다고 괜히 나섰다가 아빠를 곤란하게 한 것 같아 죄송했다.

    그 후로 매실나무를 볼 때마다 딸의 철없는 정성을 기쁘게만 여긴 아빠의 사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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