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내가 5살 무렵부터 일주일에 단 하루를 제외하고 새벽 2시에 일을 나가 오후 2시쯤 돼서야 집에 들어온다. 도매시장의 과일 경매가 아빠의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왜 새벽에 나가는지 몰랐던 나는 운동회에 못 오는 아빠가 마냥 미웠다. 3학년 운동회 때에도 역시나 아빠는 못 온다고 하셨다. 운동회 날, 무용, 박 터뜨리기, 학년별 달리기를 차례로 마치고 운동회의 꽃인 계주 시간이 다가왔다. 키가 작았던 나는 어른들과 고학년 언니 오빠들에 시야가 가려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까치발을 하고 목을 쭉 빼고 있을 때, 순식간에 앞이 트이고 답답했던 공기가 시원해졌다. 아빠가 나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아빠 얼굴에는 채 식지 않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일을 마치자마자 쉬지 않고 달려와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열심히 딸을 찾아 뛰어다닌 걸까. 아빠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한 그해 운동회는 내게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