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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미안해요, 아프게 해서

202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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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란다에 내놓은 화분들을 정리하면서 얼마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화분을 옮기려고 무심코 허리를 숙여 앉다가 그만 화초 지지대의 뾰족한 부분에 눈이 찔렸습니다.

    주말에 집에 온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저를 살피더니 화초 지지대를 확인했습니다.

    “이건 속에 철심이 들었잖아요. 심하게 아팠겠는데요.”

    “엄청 아팠지. 크게 다친 줄 알았지 뭐니.”

    아들이 돌아가고 난 뒤, 화분에 꽂혀 있는 지지대 끝부분이 모두 동그랗게 구부러져 있었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뭉클해졌습니다.

    ‘이제 내가 실수해서 찔려도 아프지는 않겠구나…’ 싶은 순간, 한 가지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뾰족하게 서 있던 지지대가 꼭 제 마음 같았습니다. 상대의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날카롭게 대했던 지난날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식구들을 참 많이 찔렀었구나. 내 마음이 둥글둥글했더라면 상대가 실수하더라도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겸손하지 못하고 숙일 줄 모르는 마음,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 순간을 참지 못하는 마음…. 제 뾰족함 때문에 많이 아파했을 식구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뾰족했던 제 마음을 이제는 둥글게 만들어 참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조금 손해 봐도 괜찮다 다독이고, 꼿꼿했던 모습도 숙이고, 실수하더라도 이해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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