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경력이 오래된 저와 달리 아내는 운전면허가 없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운전은 저 혼자의 일이었지요. 가끔 난폭 운전자를 만나면 깜짝 놀라 욱하는 마음이 들어도 참는데 아내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떡하냐고 도리어 저를 타박하면 억울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저렇게 갑작스럽게 끼어들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안전 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넘어갔습니다.
드디어 아내가 면허를 땄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가 운전한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하도 운전을 하지 않아서 부부 한정 자동차보험도 개인으로 바꿨습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제 아내가 괜히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 아니냐, 학원비가 아깝지 않으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에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난폭 운전자가 끼어들어 제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생기면 오히려 아내가 운전을 어찌 저렇게 하느냐며 저 대신 열을 냅니다. 그러면 제 속에 올라오던 화가 쑥 내려갑니다. 고충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 때문이지요.
식구들과 함께하는 믿음 생활에서 제가 얼마나 식구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같이 아파하고 기뻐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앞선 자로서 식구들에게 무언가 가르쳐주겠다는 일념으로 입바른 말만 해온 것 같아 반성합니다.
눈물 흘리는 식구들을 안아주며 같이 가슴 아파하시던 하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하나님이시기에 우리에게 교훈하실 내용이 끝도 없으실 텐데 그저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함께해 주신 어머니. 저도 어머니의 본을 따라, 식구들에게 입바른 말로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같이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며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