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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소식

혼자라고 생각될 때

2025.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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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제가 먼저 태어났지만 군대는 동생이 먼저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봐온 동생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 하나도 혼자 못하는 성격이라,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는 군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걱정과 달리 동생이 입대 후에 모범적으로 생활했는지 대대장님에게 칭찬을 받고, 부대에서 하늘 가족도 많이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행동도 이전보다 성숙해졌고요.

    ‘군대 가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을 익히 들었어도, 도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기에 동생이 달라졌는지 궁금했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신앙생활 하면서 오히려 믿음이 굳건해진 것도 신기했습니다. 저 역시 군대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복음 열매도 많이 맺겠다는 열정을 품고 입대했습니다. ‘동생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자신감도 살짝 있었습니다.

    적응기를 거쳐 특급전사에 이어 또래 상담병에 선발될 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군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처음의 다짐이 조금씩 느슨해졌습니다. ‘괜히 성경 말씀을 전했다가 사이가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부대에서 만난 시온 가족과 연합해 복음의 좋은 결과를 남겼다는 시온의 향기를 들으면 괜히 부럽고 나는 혼자라서 더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저희 부대에도 식구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애석하게도 아무도 이곳으로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내고 처음의 다짐을 이룰지 고민하며 차근차근 성경 말씀을 살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늘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께서 홀로 복음 길을 걸으시며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조금이나마 헤아려졌으니까요. 고독과 쓸쓸함을 딛고 자녀 찾는 발걸음을 옮기신 아버지처럼, 저 역시 식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으러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은 먹었는데,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쑥스러움을 뒤로하고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자신을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영적 푯대를 향해 나아갔는지를요. 동생은 일단 움직이면 하나님께서 모든 길을 열어주셨다고 했습니다. 또 겉으로만 잘하려 하지 말고 아버지 어머니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실천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저를 잘 아는 만큼 정확한 조언이었습니다. 선한 행실로 하나님 자녀다운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저의 급한 성격은 다듬어지지 못한 터였습니다. 배려와 겸손, 희생에 관한 말씀을 그렇게 많이 들었어도 여전히 눈에 보이는 대로 상황을 판단하며, 누군가의 행동이 마땅치 않으면 다소 공격적으로 말하기도 했고요. 말투부터 바꿔야 했습니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엡 4장 26절)는 말씀을 되새기며, 같이 생활하는 모두에게 거친 말보다는 선한 말, 긍정적인 말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물질 공세(?)보다 세심한 배려가 담긴 한마디에 더 힘을 얻는 동기와 후임들을 보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갔습니다.

    어느 날부터, 가깝게 지내던 한 후임이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후임이 하나님 안에서 위로받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성경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말씀에는 영혼을 소성시키는 힘이 있으니까요. 성경이 사실이라는 내용을 비롯해 성경의 여러 진리 말씀을 곧잘 이해한 후임은 새 언약 유월절로 영생의 약속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자신도 그 축복을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주, 후임은 인근 시온을 방문해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고 다가온 유월절과 안식일을 감사함으로 지켰습니다.

    그제야 저는 늘 저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께서 이미 하늘 가족들을 제 곁에 보내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말씀을 전하니 전역을 앞둔 선임, 같은 수송부 후임, 훈련소 동기 등 5명의 형제가 그 음성을 듣고 시온으로 나아온 것입니다. 후임들은 자대에서 꾸준히 예배를 드리며 하늘 축복을 쌓아갔고요.

    입대하기 전 예상한 대로, 군대에는 정말 많은 축복이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혼자라는 환경은 이곳에서 복음의 나팔을 불 사람, 막 믿음의 발걸음을 뗀 형제님들에게 말씀을 가르쳐줄 사람이 바로 저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말씀 전할 준비를 하면서 제 믿음도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나밖에 모르던 자녀에게 나 한 사람의 역할을 깨우쳐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목표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그곳에 있을 형제자매를 찾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곁에서 저를 도우시는 엘로힘 하나님을 의지하며 그 영광을 더 환히, 더 담대히 나타내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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