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바쁘지 않았기에 권유에 응했습니다. 대화의 핵심은 유월절이었는데, 당시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교회 행사에 초대받았을 때도 마음은 고마웠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 가기가 꺼려져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교회 행사 날이 되자 신경이 쓰였습니다. 행사에 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살면서 종교를 한 번도 알아보지 않았으니 이참에 기독교가 어떤 종교인지, 교회는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고요. 이 선택은 훗날 제 삶의 방향을 바꾸고,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찾아간 하나님의 교회 내부는 예상했던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가 아니라 차분하고 경건했습니다. 저를 반갑고 정중하게 맞아주는 성도들 덕분에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한국 음식도 직접 만들어 대접해 주었는데, 제 입에 조금 맵기는 해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주말마다 교회에 가서 성경을 공부했습니다. 평소 죽음 이후의 삶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하기만 했습니다. 성경을 근거로 영혼에 대해 알아갈수록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영혼 문제를 시작으로 성경의 진리를 수개월간 차근차근 살핀 끝에 하나님의 교회 성도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침례를 받았습니다. 그날의 상쾌했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족들에게 신앙을 밝히고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새 언약의 절기들을 하나하나 지키면서 내가 영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내 운명을 바꿔주신 분이 누구신지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말씀으로만 살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깨달음이었습니다. 엘로힘 하나님을 만난 후로 제 삶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저는 앞날을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걱정이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장차 돌아갈 영원한 천국이 있고, 그곳에서 누리게 될 축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릅니다. 그 깨달음이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던 저에게는 구원과도 같았습니다.
인생의 목표도 바뀌었습니다. 원래 제 꿈은 평생 다 쓰지 못할 만큼 큰돈을 모아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 핀란드의 라플란드 같은 세계 명소를 여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이 제 삶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여겼습니다. 시온에 거하는 지금은 이 땅이 아닌 천사세계를 여행할 날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꿈입니다.
하루는 당회장님과 차를 마시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사 왕 고레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이름과 업적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던 것처럼 저에 대한 예언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시 110편 3절)
내가 성경 예언의 주인공이라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 시대 새벽이슬 청년으로 삼아주신 만큼 그에 맞는 사명을 열심히 감당하고 싶었습니다. 시온의 청년들처럼 복음을 전하는 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리라 다짐하며, 먼저 동생에게 진리를 전했습니다. 진리에 관심을 보인 동생은 시온을 몇 차례 방문해 성경을 살폈고, 매주 공부를 이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저는 학교 친구들에게도 어떻게 말씀을 전할지 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겉으로는 제 일상이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 보입니다. 여전히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과 시련 또한 축복을 받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게 되면서 어떤 상황에도 감사를 잃지 않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시온에서 위로와 힘을 얻고, 새 언약을 지키고 따르며 하늘 축복을 쌓아가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더없이 행복합니다. 제삶을 더 가치 있게 바꿔주신 엘로힘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부족한 저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믿음의 본을 보여주시는 시온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삿포로 시온은 청년 일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자가 천을 이룬다는 말씀처럼 머지않아 아름다운 일꾼들이 이곳에도 가득해지리라 믿습니다. 우선은 저 자신부터 훌륭한 일꾼이 되어 잃어버린 영의 형제자매를 많이 찾아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기쁨 드리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