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저의 꿈이자 엄마의 꿈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지내며 미디어에서 본, 군인들이 고공강하훈련을 하는 모습을 막연히 동경하던 저는 귀국하자마자 직업군인을 준비했습니다. 엄마는 당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는 딸을 적극 지지해 주었습니다. 항공전문학교에 입학해 관련 지식을 쌓으며 자격증을 따고, 부사관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습니다. 군대가 저를 환영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꿈이 현실이 되고 직업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한국 사회에도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초년생이 군대에 적응하기는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강하훈련은 특전사에서 시행하는 훈련이라는 사실도 육군이 되고서야 알았으니, 열정만 가지고 무작정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상과 다른 보직, 상관과의 관계, 업무 숙지 등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아질수록 속상한 마음도 커졌습니다. 오랫동안 바라고 노력해 온 만큼, 제게는 이 일이 세상의 전부였는데…. 눈앞의 상황에 매몰돼 점점 자책에 빠지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때 시온이 떠올랐습니다. 그간 시온에서 자라다시피 했어도 엄마를 따라다닐 뿐이었던 터라 스스로도 의외였습니다. 어디든 숨 쉴 곳이 간절했고, 막연하게나마 하나님께서 계신 시온에서 제 영혼이 위로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가 봅니다. 저희 부대에서 시온까지 버스로 1시간 넘게 걸리는데, 사정을 알게 된 당회에서 흔쾌히 차량 운행을 해주어 일말의 부담감마저 사라졌습니다. 오가는 길에 목회자분이 들려주시는 위로의 말과 시온의 향기는 지친 심령에 단비가 되었습니다. 얼마 뒤에는 청년부 지도 선생님이 부대와 반대 방향에 살면서도 저를 태워다 주었습니다. 그 세월이 무려 몇 년이나 됩니다. 번거로울 텐데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꾸준히 챙겨주는 식구들을 통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 느낀 사랑 덕분에, 제 차가 생긴 지금은 제가 다른 식구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차량 운행 봉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시온에서 보내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모임에 참석하고 성경 말씀을 살피는 것이 즐거웠고, 자매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세세한 관심이 참 좋았습니다. 지치고 힘든 날에도 저를 기다리는 식구들을 생각하며 꾸준히 시온에 갔습니다.
자연스레 삶의 목표도 영적 소망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제가 처한 상황이 달리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복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떠올리면 다른 이들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즐겁고 감사해서 요즘은 주변 간부님들이 제게 어떻게 그렇게 밝게 지낼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여군 성도들을 위한 시온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군종도 계급도 다르지만 군대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같은 고민을 하며 애쓰는 자매님들이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항상 저희 곁에서 도와주신다는 말씀이 그래서 더욱 위로가 되었습니다.
육신의 눈으로 볼 때는 모든 어려움을 저 혼자 이겨내는 것 같았습니다. 믿음의 눈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시온에서 느낀 따뜻함이 곧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는 증거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한 자녀 한 자녀에게 끝없이 사랑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이 더 이상 막연하지 않고 피부로 와닿으며, 그 사랑에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이제 6년차 군인입니다. 동료들과 대화하다 보면 다들 먹고사는 일로 고민이 많습니다. 삶의 참된 목적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대화에는 늘 결론이 없습니다. 막연한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료들에게, 하늘의 영원하고 영광된 삶이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목표를 세웠다면 행동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계급이 높아질수록 몸이 둔해지기도 하는데요, 게을러지지 않고 하나님께 배운 대로 겸손하고 부지런히 생활하며 긍정적인 말과 선한 행실로 시온의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그 어떤 꿈보다 행복하고 간절한 이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