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방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었다. 2년 전 언니가 페루에서 사온 인형 키링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 인형이 촌스러워 보여서 언니에게 받고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못 하고 있었다. 반면 엄마는 가방을 바꿀 때마다 꼭 그 키링을 옮겨 달았다.
며칠 후, 소파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던 엄마는 아무래도 해진 가방에 달아둔 키링을 미처 못 떼고 헌 옷 수거함에 버린 것 같다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나는 무심하게 “버렸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거 갖고 왜 그래?” 하고는 말았다.
얼마 뒤 저녁을 먹는데 엄마가 또 키링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짠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그제야 ‘아, 엄마한테는 그게 소중했구나!’ 하며 뒤늦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아쉬워하는 엄마의 표정이 마음에 걸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파트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쓰레기 자루들을 훑어보고 헌 옷이 쌓인 마대자루를 뒤져봐도 엄마의 해진 가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옆에 마대자루 대여섯 개가 더 있었지만 이미 묶여 있어서 열어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서 방 안 어딘가 있을 내 키링을 찾기 시작했다.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보고 잡동사니 바구니며 각종 박스를 뒤졌다. 한참 뒤, 건전지와 비상약통 등을 놓아둔 서랍장에서 엄마가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인형 키링을 찾아내 얼른 엄마에게 보여줬다.
“엄마, 이거 맞지?”
“이거 맞아! 어디에 있던 건데?”
엄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고는 바로 가방에 키링을 달면서 “이번에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렇게 결심까지 할 일인가 싶어서 물었다.
“엄마, 그게 왜 그렇게 좋아?”
“너 닮았잖아!”
욱해서 내가 이렇게 못생겼냐고 말하려는 순간, 엄마가 이어서 말했다.
“너 닮아서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그리고 네 언니가 먼 페루에서 가지고 온 거잖아. 이제는 사고 싶어도 살 수도 없고.”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멍하니 키링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나는 그냥 촌스러운 인형 키링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는 큰딸이 선물했고 막내딸과 닮은, 너무나 특별한 물건이었다.
엄마가 며칠간 속상해하던 이유가 완전히 이해되자 인형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귀여웠다. 엄마에게 같은 키링을 더 많이 주고 싶어졌다. 구매할 방법이 없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언니에게 더 있냐고 물어봤지만 우리한테 준 것이 다라고 했다. 그때 키링을 몇 개 더 받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 다시 방을 뒤졌다. 간절한 마음으로 샅샅이 찾아서 같은 종류의 키링 하나를 더 발견했다. 이번에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인형이었다. 산삼을 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엄마에게 키링을 가져다주자 엄마는 또 어디서 찾았냐며 너무 행복해했다. 이전에 내 나름대로 고가의 생신 선물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했다. 엄마가 원하는 걸 해드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는 인형 두 개를 손에 꼭 잡고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가방에 어느 것을 달지? 아이고 예뻐라. 호호호” 하며 아이같이 웃었다.
기뻐하는 엄마를 보며 하늘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시큰둥하게 여긴 물건이 엄마에게는 둘도 없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듯,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우리는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이 있는 소중한 자녀들이다. 그렇기에 아버지 어머니께는 누구 하나 다를 것 없이 모두 소중하고 귀할 것이다. 왜 어머니께서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 하셨는지, 그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런 시온 가족들을 나도 모르는 사이 무심하게 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봤다. 앞으로는 형제자매 한 명 한 명이 어머니께 귀하디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소중히 대하겠노라 다짐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인형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져서 결국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었던 것처럼, 다시 찾은 자녀들로 기뻐하실 어머니를 떠올리며 하늘 가족 찾는 일에 마음과 정성을 다한다면, 어머니께 가장 기쁜 선물을 드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