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각국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모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먼저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도시가 케이프타운인데, 이곳에서 진리를 영접한 식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교회를 세운 것이 아프리카 복음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선교지가 정해졌을 때, 마치 성령 시대 성지순례를 하러 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케이프타운 시온에 도착해 보니 이 시대 신(新)사도행전에 기록될 역사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잠비아, 마다가스카르 등 국내외 지교회 여러 곳을 관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교회 성장을 도울 계획과,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체계적이고 뚜렷했습니다. 케이프타운 식구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천국 복음 완성을 위해 복음의 대로를 넓혀가는 개척자들이었습니다. 저희 선교단 역시 현지 식구들과 발맞춰 큰 선지자가 될 일꾼을 찾아 나섰습니다.
하루는 케이프타운 인근 도시인 파를로 향했습니다. 파를 시온은 조그마한 예배소라 식구가 그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해 야외에 의자를 놓고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이 좁은 곳에서 30명이 넘는 식구들이 현관까지 나와서 예배를 드린다는 말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저희가 이곳에서 하늘 가족을 더 찾아 새 성전이 세워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저녁이 되기 전에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여유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파를 시온의 기둥이 될 영혼을 찾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로 간절히 구한 뒤 전도했습니다. 주택가에서 복음을 전하던 중 한 집에서 중년 여성이 나왔다가 현지어로 한마디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해 난감했는데 알고 보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저희 말을 듣고, 전날 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리던 아들을 부르러 간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진리를 듣게 된 아들은 바로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대학생인 형제님은 현지어와 영어에 능통해 시온에 꼭 필요한 인재였습니다. 아버지가 개신교 목사지만 허락을 받고 꾸준히 시온에 와서 예배와 성경 공부에 참여했고, 매일 말씀을 살피길 원해 저녁마다 온라인으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형제님은 자신도 얼른 진리를 배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며 벌써 전도의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형제님이 파를 시온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라나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매주 말씀을 전하러 간 스텔렌보스는 스텔렌보스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학 도시로, 부유한 유럽의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텔렌보스대 신학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학대라 그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성경에 해박한 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깊게 뿌리 내린 기존 신앙을 고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에도 진리를 듣고 구원의 약속을 받고 싶어 하는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아직 시온이 없어 침례 예식을 행할 장소가 마땅히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사는 기숙사를 이용하려 했으나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학생들이 가득해 도저히 침례를 집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다음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 마음이 아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원하면 언제든지 시온에 갈 수 있었기에 시온이 근처에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시온이 없어 침례를 받고 싶어도 바로 받을 수 없고 진리를 더 알고 싶어도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을 겪어 보고서야, 하늘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시온을 허락해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았습니다.
이전까지는 하늘 어머니께서 선교단에게 주신 ‘시온을 건설하자’는 말씀을 단순히 ‘복음을 완성하려면 시온을 세워야 한다’는 지표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에는 영적인 어둠 가운데서 거짓에 매여 방황하는 자녀들을 생각하시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흑암한 세상 곳곳마다, 어둠 속에 진리의 빛을 발하고 한 영혼을 지키는 안식처가 될 시온이 세워지기를 어머니께서 얼마나 절실하게 바라실지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제대로 된 교회 건물 하나 없는 상태에서 한 영혼 한 영혼 찾고 찾아 시온을 세우신 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 희생도 더 깊이 깨달았습니다.
다음 날, 천국을 가치 있게 여긴 그 학생은 침례 예식을 경건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미리 기숙사 사감에게 말해 샤워실을 빌려 놓았고, 바라던 대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그날 오후, 이곳저곳에서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하는 식구들의 모습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촛불들처럼 보여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영적으로 어두운 곳에 진리의 빛을 비출 수 있어 정말 감사했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축복을 덧입어 더욱 힘차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은혜로 스텔렌보스에서도 진리를 사모하는 귀한 하늘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는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고 약한 내가 세계복음이라는 큰 무대에서 강단 있게 아버지 어머니를 따를 수 있을까’ 하던 의구심은 ‘작고 약한 나를 세계복음의 무대로 불러주셨으니 끝까지 아버지 어머니를 따르겠다’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끌어가시는 위대한 구속의 경륜에 일조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되새겼습니다.
전 세계에는 아직도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복음의 신대륙이 많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 세계복음 완성에 헌신하는 복음의 개척자가 되겠습니다.